지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케이프타운 북쪽 테이블만(灣)에서 페리에 올라 약 30분.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하던 정치인들의 수용소, 로벤 아일랜드에 닿았다.

지리하고 암울했던 수용생활의 돌파구는 다름아닌 '축구'.

계파별로 하나 둘 만들기 시작한 축구팀은 점점 늘어났고, 많은 경기들은 하나의 리그체계로 통합돼 치러지기에 이른다.

수용자들은 자체적인 축구협회 'Makana FA'도 설립했다.

산하 상벌위원회 인사들은 후에 대법관, 헌법재판관이 되기도 했고,

심판위원회를 이끌던 제이콥 주마는 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다.

수용소 도서관에서 인기순위 1,2위를 다투던 책중 하나가 축구심판메뉴얼(Manual on refereeing)이었단다.



방문객들을 안내해주던, 당시 ‘Makana FA’의 핵심 구성원 앤소니 수즈는 이렇게 말했다.

"만델라와 같은 A급 죄수들은 창이 없는 독방에 갇혀 우리들의 축구경기를 볼 수도 없었습니다. 다만 그는 벽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젊은이들의 건전하고 힘찬 외침을 늘 듣고 있었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이어나갔습니다.”

이어 누군가 질문을 던졌다.

"만델라가 당시 축구를 할 수 있었다면 어느 포지션이 좋을 거라 생각하세요?”

수즈는 조금도 지체없이 이렇게 답했다.

“풀백이죠. 실력이 못 미치는 신참들이 주로 맡았던 포지션이에요. 하하하.”



2009년 12월 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로벤 아일랜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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