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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캐나다의 프린스 에드워드섬(PEI, Prince Edward Island)

그 낭만의 섬까지 해협을 가로질러 무려 12.9km의 웅장한 다리가 놓여있다.

1993년에 착공하여 1997.5.31 개통된 캐나다에서 가장 긴 다리일 뿐만 아니라,
얼음으로 뒤덮히는 수면위에 세워진 다리 중에서는 세계 최장으로써,
총 13억달러가 투자되었다는 다리, Confederation Bridge.
굳이 풀어 쓰자면 '연방교'다.

그 이름은 북미영연방 구성을 위한 최초의 논의가
1864년 PEI내 Charlottetown에서 열린 것을 기념하는 상징성을 표방하고 있다.

섬에 다리가 놓인다고 하면,
으레 주민들 모두 쌍수들어 반길 법하건만,
의외로 주민들과 환경론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반등했고,
결국은 주민투표를 거쳐야 했는데 겨우 59퍼센트를 넘긴 동의에 의해
간신히 다리를 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어쩌면, 섬주민들이 반대했던 것이 옳았을 수도 있을 법하다.

다리가 건설된 1997년 그 섬을 찾은 사람은
1996년 74만명에서 120만명으로 반짝 늘었지만
그 이후 연평균 90만명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다리를 통해 그 섬까지 도달시간은 비교할 수 없이 빨라졌지만
그것이 오히려 방문객들이 섬에 체류하는 시간마저 동시에 감소시켜
반나절 휙 돌아보고는 인근 도시로 빠져나가 버리는 바람에
관광특수를 기대했던 정부나 주민들의 바람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북적거리기만 하고, 실속은 없는...

어디 그 섬의 다리뿐이랴.
남해와 삼천포를 잇는 다리들도 똑 같은 반나절현상으로 신음하기는 매 한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해협을 잇는 다리를 놓겠다는 구상,
그리고, 차가운 얼음으로 뒤덮히는 그 거친 해협 위에
그 구상을 현실로 만들어낸
인간 의식은 참으로 위대하고 경이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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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암토를 머금어 검붉은 물살 휘감아도는 거친 해협 위에
웅장한 자태로 길다랗게 늘어선 다리.
눈 앞에 펼쳐진 그 장관은
차라리 숨막혀오는 위압감이다.

지금껏 보아왔던 그 어떤 다리들보다도
더 웅장하고 위압적인 자태로 다가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중에 매달린 현수교가 아니라,
깊은 바닷물에 첨벙 들어서서
힘줄 돋아나는 굵디 굵은 허벅지로 탄탄하게 버텨선 듯한
그 육중한 교각들이 주는 강인한 인상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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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캐나다 국빈방문차 들렀던 아일랜드 대통령 Mary McAleese는
이 다리를 일컬어 '초록 박공집의 가교'라고 했다고 한다.
'빨강머리 앤의 가교'로 바라보았다는 것인데...
빨강머리 앤의 원제가 'Anne of Green Gables' 아닌가.

빨강머리 앤을 이어주는 다리.

Confederation Bridge는
아름다운 빨강머리 앤 셜리를 향한
변치않는 길버트 블라이드의 듬직한 버팀목은 아닐까...


< 캐나다 Confederation Bridge에서 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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