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페이스북 71만명의 독자(like)를 가진 '여행에 미치다(Travel Factory)' 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어요. 기업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페이지로는 최대 규모입니다. 어느정도의 운도 따랐고, 여행정보 공유에 대한 저희의 순수한 마음을 사람들이 알아 준것 같아요. 사진, 영상이나 편집의 수준도 낮았고 어설펐지만 그게 오히려 생생하고 공감이 갔을 거예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자랑도 하고 얘기도 나누고 즐기고 싶었던 것 뿐이거든요.
페이스북 이외에도 인스타, 블로그, 네이버포스트를 통해 여행팁, 추천여행지, 여행지먹거리, 여행 동영상, 여행뉴스 등 콘텐츠를 공유하고 여행 강연과 같은 여행문화가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가고 있어요.

이렇게 팔로워가 많으니 수익이 크겠다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많아야 월 3~4백만 원, 비수기엔 1백 만 원 정도 밖엔 수익이 없어요. 게다가 현재 친구 둘과 셋이서 운영하고 있으니 조금씩 나누고, 콘텐츠 제작이나 정보제공에 도움 주신 분들께 밥이라도 사드리고 하다보면 수익은 정말 거의 없는 정도죠. 거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여행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과 좋은 정보가 함께하지 않는 단순한 광고나 홍보는 하지 않기 위해 많은 유혹을 쳐 냈기 때문이죠. 여행업계 관계자들이나 주변 지인들도 항상 수익에 대한 조언을 해주려 하고 광고나 홍보 제휴를 권유해요. 대기업들의 제안도 많았죠. 하지만 대부분 거절했어요. 여행에 대한 가치를 나누고 공감되는 콘텐츠를 함께 소비할 수 없다면 하지 않겠다는 기준이 있거든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여행 콘텐츠를 만드는데 초점을 두자. 그게 제 생각입니다.

저도 한 때는 사회가 정해준 룰에 따라 스펙을 만들던 사람이었어요. 스물한살 때 반수에 실패하고 생긴 6개월의 공백기간 동안 국내 자전거 여행을 한 이후로 여행의 매력에 빠지긴 했지만 여행 자체를 직업으로 가질 생각은 못했죠. 막연히 해외마케팅 대외활동이나, 무역회사 인턴 등을 하면서 해외를 많이 돌아다닐 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우회했던 거예요. 코트라에서 인턴도 하고 영어 공부, 자격증 공부도 열심히 하고요. 그런데 어느날 깨달았죠. 무역이나 마케팅은 제가 하고 싶은 여행을 위한 수단이었을 뿐 제가 정말 하고싶었던 일은 아니라는 걸. 그래서 인턴생활이 끝나자마자 2014년 스물여섯살에 단순히 하고 싶은 일을 시작했어요. '여행에 미치다'를 만들었죠. 초기 6개월은 1천 명에서 2~3천 명 더디게 사람이 늘어났지만, 여름부터는 SNS상의 유명한 여행 스타들을 소개하고 오프라인 여행 동호회를 통해 알게된 지인들의 콘텐츠를 받아 올리면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재밌고 생생한 후기, 영상을 보면서 일탈과 대리만족도 느끼고요. 사람이 일단 많이 모이니 자신의 여행을 자랑하고 페이지에 노출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죠. 이제는 10만 명의 비공개 그룹 회원(여행을 좋아하고 정상적인 본인의 콘텐츠를 올리는 계정이라면 검증 후 누구나 가입 가능합니다.)들이 올리는 영상과 후기들 중 그룹원들에게 인기 있는 것들을 선별하고 편집해서 '여행에 미치다'에 올리고 있어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여행자들과 지속적인 콘텐츠가 필요한 우리가 서로 윈윈하는 거죠.

좋아하는 일을 하는게 즐겁긴 한데 안 좋은 점도 있어요. 몸집이 커지다보니 관리해야 할 게시물도 많아지고 SNS의 정책 변화나 노출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아지죠. 예를 들어 2016년부터 개인 계정이 아닌 페이스북 페이지들은 사람들이 라이크를 눌러도 친구들한테 잘 노출이 되지 않아요. 페이스북 밖 외부 사이트의 링크를 거는 경우에도 노출률이 확 떨어지죠. 페이스북 내부의 콘텐츠로 제작이 되어야 더 노출이 많이 되는 거예요. 이런 시스템의 변화에 맞춰 움직여야 하죠. 원래 이런 거 전혀 몰랐는데, 지금은 계속 배워 나가며 바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가게 돼도 항상 어떤걸 찍어야 할까 영상과 사진 제작에 신경을 쓰게되고 여행 자체를 즐기기 힘들어 졌어요. 또 그 양질의 영상 제작을 위한 영상 촬영, 편집 전문 인력이 필요해지는 어려움도 있고요. 그렇지만 요즘은 이런 고민들을 스트레스라고 생각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로 즐기려 합니다.

앞으로 '여행을 일상으로'라는 우리의 캐치프레이즈가 현실화 될거라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여가와 여행을 쉽고 편하게 즐기는 시대가 올 것이고, 우리는 그 안에서 사람들을 묶어주고 함께 놀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더 욕심을 낸다면 언젠가 여행이 불편한 사람, 소외된 분들도 쉽게 여행을 갈 수 있도록 돕고 싶고요. 모든 사람들이 '여행' 하면 '여행에 미치다'가 떠오르게 됐으면 좋겠네요.

'현재를 여행하는 자발적 백수 김희경', '집 팔아 떠난 세계여행', '수능대신 세계일주' 이런 여행기 들어보실래요?

일상을 여행처럼, 이태원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여행에 미치다' 운영자 조준기(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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