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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神佛山). 산 이름에 불교 냄새가 짙게 배여있다. 왜 신불산인가고 찾아봤더니, 신령이 불도를 닦는 산이라는 데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정상(1,159m)에 세워져있는 돌탑에서 불교적인 셔먼이 확 느껴지는 산이다. 신불산은 경남의 거대한 산군인 '영남알프스'의 한 봉우리다. 취서. 영축. 간월. 가지. 천황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영남알프스' 산군 가운데 울주와 양산시의 경계에 위치한 산이다. 이 산을 오르는 코스는 여러 개 있는데, 통상 울주군 상북면 등억리 '영남알프스복합웰컴센터'를 들머리로 해서 오른다.
우리들도 거기를 기점으로 해 올랐다. 산길은 평탄하고 부드러워 별 무리가 없다. 한 3.5km 정도를 계곡과 임도를 따라 오르면 간월재가 나온다. 이 곳이 우측의 간월산(肝月山)과 그 맞은 편 신불산 간의 경계지점이다. 두 산의 중간에 위치한 고개 이름을 간월재로 한 것을 두고, 간월산이 더 높아 그 산에 무게를 더 주기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한 친구의 분석이 있었다. 하지만, 신불산 아래에 신불재도 있는 것으로 보아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산 높이도 신불산이 더 높다. 그렇지만 신불산을 간월재를 경유해 오른다는 게 좀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간월재에서 신불산의 전경이 눈에 확 들어 온다. 늦가을, 산 정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억새 군락이 양광에 하늘 거리는 모습이 묘한 유혹감을 안긴다. 간월재에서 1.5km 정도의 거리고, 계단 길이 많아 힘도 그리 들지 않는다. 쉬엄쉬엄 가면 4, 5십분 안에 충분히 도달한다. 그리 늦지 않은 오후었는데, 정상에는 우리들 빼고 사람들이 없다. 호젓했다. 멀리 '영남알프스'의 장쾌한 능선이 한 눈에 들어 온다.
하산 코스는 원래 정상에서 서쪽 능선을 타고 내려오기로 했다. 그 게 바로 공룡능선이다. 설악산에만 공룡능선이 있는 줄 알았는데, 신불산에도 있었다. 그 능선은 정상에서 한 눈에 조망된다. 아기자기하면서도 험해 보인다. 곳곳에 로프를 타고 오르내리는 코스가 있다고 했다. 늦가을 해 걸음은 빠르다. 시간을 계산해보니 좀 무리일 것 같아 결국 회귀산행을 하기로 했다. 올랐던 곳으로 다시 내려가는 것이다. 결정을 잘 했다. 얼마 간을 내려오니 이내 산이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어두워져 갔다. 어느 지점에선가 랜턴을 꺼내 켜고 내려왔다.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한 40분 정도 늦게 내려왔다. 등억리는 이미 깜깜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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