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달 10일 호르니스트 펠릭스 클리저의 첫 내한 독주회의 반주자로 나섰다가 공연 직전 연주자의 건강 상태에 문제가 생기자 즉석에서 곡에 대한 짧은 설명과 함께 7곡을 열정적으로 연주해 관객들을 만족시킨 피아니스트 김재원(28)씨

"공연 시작 5분 전이었어요. 연세금호아트홀 개관 연주회였는데 호른 연주자가 갑자기 체해서 연주를 하기 힘들다고 했죠. 500여 명의 관객이 와 있었고 관계자들은 당황했습니다. 처음엔 펠릭스의 상태가 나아질 때까지 잠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연주를 할 생각이었어요. 그렇지만 펠릭스는 결국 응급실로 갔고, 50분 가량 독주를 했습니다. 악보가 있다면 2시간이라도 칠수야 있지만,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은채 악보 없이 공연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다행히 저는 완전히 연주가 가능한 솔로곡들을 가지고 있었죠. 크고 작은 연주회 반주 이외에도 솔로 피아니스트로서 공연을 이어오고 있었거든요. 한달에 한번씩 양재동 crosby라는 바에서 클래식 공연을 해요. 원래 매주 재즈 공연을 하는 바인데, 대중이 즐길 수 있고 와닿는 클래식 공연을 하고 싶어서 기획했어요. 급작스러운 상황에서 준비된 솔로곡을 바로 연주할 수 있었던 이유죠.

다섯살부터 바이올린을 했다가 초등학교 5학년때 피아노를 시작했습니다. 현악기들이 상대적으로 비싸서 그랬던것 같아요. 제가 음악을 좋아하니 부모님께서 고민이 많으셨어요. 어렵고 흔히 가는 길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계속 좋아서 하다보니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피아노과까지 나왔죠. 국내콩쿨에서 몇번 입상을 했지만, 좀 더 욕심이 납니다. 솔로 피아니스트로서 공연 기회도 더 늘어났으면 좋겠고요.

연주자들은 국제콩쿨 입상하고 해외 독주회를 여는 스타플레이어, 우리나라에서 인지도 있는 연주자, 그리고 그 외의 수많은 연주자 정도로 나뉘는데 기회와 조명이 너무 한쪽으로만 쏠리는것 같아요. 반주자의 경우도 우리나라에선 노래방 MR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메인 연주자의 악기와 스타일에 조화를 이루려면 실력이 필요합니다. 예를들어 플룻은 고음이 잘 들리지만 저음이 약해서 거기에 맞춰 강약을 조절해야하죠. 독주와는 또 다른 능력이 많이 필요해요.

앞으로 더 많은 공연을 하고 싶고 피아노를 잘 다루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노래는 가사가 있어서 사람들이 쉽게 공감하지만, 클래식 음악은 그렇지 못하죠. 뉴에이지가 판타지 등 대중소설에 가깝다면 클래식은 시나 어려운 수필정도로 느껴질 수 있고요. 그렇지만 피아노 연주만으로 그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번에 얘기치 못한 해프닝으로 잠시 대중들이 클래식 공연을 재밌게 보셨지만, 앞으로 클래식의 본질적이면서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할 예정이니 좀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Prev Next

테마 보기 위로 이동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