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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猪島)의 추억

2020년 2월 20일

해군사관학교 해양연구소에서 “鎭海軍港史”한 권을 보내왔다.
통제부 참모장으로 근무할 때 진해 군항을 관리하면서 궁금하게 여겼던 군항 건설에 대한 일본 측 기록이 자세히 언급되어있었다.
일본해군이 진해만 일대를 군항으로 건설한 시기는 1922년 천황 칙령에 따라 공식적으로 진해 요항부(要港部)가 설치되면서부터다.

그 이전에 일본은 노일전쟁을 눈앞에 두고 1904년 2월, 연합함대의 훈련기지로, 임진왜란에서 조선 수군을 괴멸시킨 칠천량 맞은편 거제도 송진포에 첫발을 내디딘다.
그에 따라 육군의 요새부대는 1904년 8월부터 1905년 1월 사이 저도와 가덕도에 해안포대를 설치하였다.
그러고는 연합함대의 주력함들이 2월부터 5월까지 진해만에서 주야로 맹훈련을 반복하였고 그 결과 발틱함대를 궤멸시켰다.

조선을 병합한 일본은 진해만에 군항을 건설하면서 해수면에 연한 광대한 지역을 군항에 포함 시켰다.
해방이 되자, 군항 지역은 고스란히 미 군정이 인수하여 해군 창설과 함께 진해 군항으로 일제 강점기의 시설들을 우리 해군이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다.

저도 인근 바다는 대구 산란지로, 또한 멸치어장으로 어민들의 생계와 관련지어 해군 측과 자주 충돌이 일어났다.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이 작은 섬은 자연 그대로 수림이 울창하고 어족자원이 풍부하였다.
1960년대부터 해군 장병들의 여름 휴양소로 천막을 치고 휴식을 즐기던 곳이다.
우리들 생도 시절에는 여름 해양훈련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런 연고로 해군 가족들은 저도에 대한 한두 가지 추억들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께서 여름휴가 중 낚시를 즐기시다가 이 섬에 임시숙소를 마련해 보라고 지시하셨다.
현대건설이 해안가에 작은 별장을 지었는데 매년 여름이면 대통령께서 가족을 동반하시고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셨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름휴가에서 모래사장에 “저도의 추억”이라 장대로 쓴 글씨가 話題가 되면서 저도는 더욱 유명세를 치렀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저도 개방을 공약으로 제시하여 2019년 9월19일부터 일반인에 개방되었다.

나는 통제부 의전과장으로 2년 동안 박 대통령 여름 행사를 준비하였고, 제독으로 승진 후, 첫 임지가 통제부 참모장이었다.

군항 관리에 최선을 다해 사령관님을 보필하면서, 특별히 저도 별장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저도의 꽃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도 내 눈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섬이 몸살을 앓고 그 한계치를 견디지 못하자 해군은 휴식기를 두고 금년 2월까지 개방을 중지하고 정비에 들어갔다가 2월 7일 다시 개방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거제시와 해군은 협의를 통해 선사(船社)한 곳을 추가해 다음 달부터 입도객을 하루 600명에서 천 2백 명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관람 시간도 1시간 30분에서 2시간으로 조정했단다.

방문객들이 인터넷에 올린 사진들은 내 마음을 슬프게 했다.
저 작은 섬이 저렇게 많은 광관객들을 수용 할 수 있을까?

사진은 이명박 대통령께서 저도 휴가를 끝내고 상경하신 날, 2009년 8월 20일 오후에 가족들과 입도해 2박 3일간 머물며 담아 온 그림들이다.
저도는 저렇게 아름다운 대통령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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