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칼국수는 모두 비슷한 듯하지만 육수의 재료에 따라 국물 맛 뿐만 아니라 제면 방식도 달라질 정도로 종류가 많다. 국수 매니아라면 가장 기호에 맞는 칼국수집을 한 두 곳은 갖고 있기 마련이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바지락 같은 해물 육수보다 양지 같은 소고기로 육수를 내는 칼국수를 더 좋아하는데 그 중 으뜸이 바로 ‘연희칼국수’이다. 처음 찾기 시작한 20여 년 전에 비해 지금은 규모도 커지고 점심시간엔 줄을 설 정도로 복잡해져서 자주 가지는 않지만 여전히 내겐 넘버원 칼국수집이다. (사실, 혜화동 ‘손칼국수’가 넘버원이지만 비공개로 남겨둔다)
이 집의 육수는 사골과 사태로 낸 진한 맛이고 여기에 어우러질 만큼 면발은 부드럽다.
유일한 사이드 메뉴인 수육(2만원)은 웬만한 탕반집보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좋아 선주후면의 안주로는 그만이다. 수육으로 나온 고기가 좋으니 당연히 육수도 맛있을 수 밖에 없다. 부드러운 면에는 구수한 육수의 맛이 배어서 밀가루 풋내도 나지 않고 그대로 진하게 어우러진다.
찬으로 나오는 백김치는 소금과 마늘만으로 간을 낸 듯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배추의 속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백김치가 깔끔한 뒷맛으로 입안을 씻어 주는 역할이라면 (명동교자의 마늘과 고춧가루 범벅으로 자극이 강한 맛과는 달리) 적당하게 칼칼한 맛의 겉절이는 국수의 맛을 더 감칠맛이 나게 해 주는 찬이다. (칼국수 8,000원, 특 10,000원)
11시 반부터 손님이 몰려 들기 시작해서 12시가 넘어서면 회전이 빠른 칼국수인데도 빈자리가 나길 기다려야 할 정도이다. 그래서 인지 처음보다는 육수의 진한 맛이 좀 약해진 것 같기도 하고 면 삶기도 들쑥날쑥 하다는 불만이 제법 있다. 그래도 백김치나 겉절이를 담그는 정성이며, 진하면서도 구수한 맛을 잃지 않은 육수,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면발은 여전하다. 다만 혼잡한 피크타임이 점점 길어져서 낮술을 마시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불만....

연희동 사러가쇼핑을 지나 연희맛길 따라 홍은동 방향으로 10미터 더 올라가면 넓은 주차장과 단독주택을 개조한 3층 건물이 있다. (02-333-3955)

(여전히 낮술 마시기 좋은 노포 시리즈)
Prev Next

테마 보기 위로 이동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