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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난 문장에 각인되어 있는
비틀린 체계를 해체하다
“식민지 검열에 관한 밀도 높은 최종분석”

오랜 시간, 문화제도사의 시각에서 식민지 근대성의 구조를 해명하는 데 몰두해온 한기형 교수(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원장)가 일제 식민지기 인간사유 전체에 대한 지배를 욕망하며 표현의 세계에 가해지던 국가폭력인 검열의 실체를 해부한 <<식민지 문역(文域)―검열ㆍ이중출판시장ㆍ피식민자의 문장>>(성균관대학교출판부)을 상재했습니다. 이 책은 2002년경부터 본격적인 검열연구에 진입한 그가 다방면으로 모색해온 식민지 검열연구의 결정판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일제 검열시스템에 대해, 지지를 받을 수 없는 통치권력이 대중의 생각하는 힘을 축소하기 위해 언론ㆍ출판인 등 식민지 지식인들에게 내지인과의 차별을 전제로 적용했던 ‘이율배반적인’ 법률체계라 규정합니다. 불행하게도 피식민자들은 검열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실제로는 그 이원적 법률질서에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자기문장에 자기표현과 자기사유를 ‘생존시켰다’고 말합니다. 그러하여 식민지 조선에서 살아남은, 검열로 상처 입은 문장들의 보존된 실존이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당대의 문학을 구상한다고 정리합니다. 그 문장들의 존재론을 위해 저자가 창안해낸 문학의 공간 개념이자, 이 책의 제목이 바로 ‘식민지 문역(文域)’입니다.

저자는 책의 서문을 이렇게 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식민지 검열이 만든 다양한 상처를 다루지만, 검열의 잔혹함 그 자체를 고발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대신 일제의 검열로 인해 한국인의 정신과 문화, 특히 그들의 문장과 언어감각에 어떠한 흔적이 남겨져 있는지에 대해 추적할 생각이다. 문장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것이 근대인의 존재를 구현하는 특별한 형식이기 때문이다. 어떤 점에서 볼 때, 문장에 각인된 그 비틀린 체계를 다루는 것이 식민지 검열의 역사성에 대한 더욱 날카롭고 신랄한 대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지의 총화를 모색하는 성균관대학교출판부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여덟 번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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