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리산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종주 세쨌날...
전날부터 흐린 날씨가 새벽녁이 되면서 짙은 안개가 비가 되어 내리는 수준입니다.
일출은 언감생심이고...
예보상으로 비는 오지 않을거라 했는데, 날씨를 보니 믿을 수가 없어 조금은 걱정도 되었지만...
^^
대피소에서의 선잠으로 새벽녁에 일어나 이른 아침을 먹고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천왕봉을 향해 길을 나섭니다.
짙은 운무로 사방은 아무것도 보이지는 않았지만, 간간히 불어주는 바람이 운무를 날릴 때문 언뜻 푸른 하늘이 비쳐 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촛대봉을 오르고, 또 삼신봉과 연하봉, 일출봉 지나 장터목을 지나도 여전히 안개는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천왕봉으로 오를수록 언뜻 비쳤던 파란 하늘마저도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운무는 더욱 짙어져 갑니다...ㅎ
그렇게 제석봉을 오르니 이미 제석봉을 아름답게 수 놓았던 가을꽃들은 거의 시들고, 가을색으로 물들어가는 풀들과 붉게 물든 단풍이 길손을 어서 오라 반깁니다. 붉은 단풍빛으로 장식한 통천문을 지나 마지막 된비알을 힘들게 올라 천왕봉이 보이는 곳에 이르렀지만, 천왕봉은 여전히 운무속에서 묵묵부답...
그 와중에서도 사람들은 천왕봉 정상석을 아듬고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습니다.
천왕봉을 지나 중봉으로 가는 길...
그 길도 이제 단풍으로 물들어 완연한 가을색을 띠었습니다.
중봉에서 배낭을 풀고 한참을 쉬고 있으니,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천왕봉과 세상을 감싸고 있던 운무들을 날려버리기 시작하네요...ㅎ
아...!
이것이 천지창조의 모습일까?
장관입니다.
지리산 산신령께서 긴 여정을 지나온 길손에게 고생하였다면서 아름다운 선물을 내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운무가 밀려갔다 밀려오고를 반복하더니, 이윽고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는 산', '천석의 종'을 닮은 산 지리산 천왕봉이 온전히 제 모습을 드러내고, 숨어있던 아름다운 주능선도 잘가라는 인사 하듯 웃으며 나옵니다.
그리고 남쪽바다가 열리면서 세상이 온전히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광활한 남해바다 안고 있는 올망졸망한 섬들이 서로 뽐이라도 내듯 한껏 멋을 냅니다. 동쪽으로는 높고 낮은 봉우리와 능선들이 서로를 다투듯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오로지 오르는 자만이 느낄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감흥인 것 같습니다.
지금쯤이면 지리산은 정상부로부터 붉은 단풍이 한창일 것 같네요.
이 가을 지리산의 단풍은 어떤 모습인지 마음은 벌써 또 다시 지리산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2018년 09월 30일...
지리산 천왕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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