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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동네 산책길에 만난 반공소년 이승복. 대곡역 뒷길에 대곡초등학교가 있다. 스쳐 지나가기만 했지, 교정을 들어가 보지는 않았는데, 오늘 뭔가에 이끌리듯 들어갔더니 거기에 이승복 소년이 있었다. 교정의 한쪽 잡목이 우거진 수풀속에 서 있다. 동상의 상태로 보아하니 연륜이 꽤 있어 보인다.
강원도 평창에 잠입한 북한 무장공비에 의해 무참하게 사살된 게 1968년 12월이니, 올해로 꼭 반세기가 흘렀다. 공비의 회유에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며 저항하다 죽임을 당했다고 전해짐으로써 일약 '반공의 소년'으로 추앙받게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좌파언론이 허구라고 일제히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이승복의 신화는 물거품이 되는듯 했다(대표적으로 앞장 서 주도했던 좌파언론인이 지금은 시사평론가로 행세하고 있는 김종배). 많은 논란과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2006년 대법원에 의해 사실이라는 판결이 남으로써 다시 명예가 회복됐다.
하지만 좌파가 득세하는 시대적인 추세로 이승복은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사건 이후 전국의 모든 국민학교에 이승복 동상이 세워졌는데, 이제는 거의 철거되다시피 했다. 서울만 해도 600여개의 국민학교에 있던 이승복 동상이 이제는 겨우 2개만 남아있다고 한다. 대곡초등학교에 있는 이 동상도 아마 그때쯤 세워졌을 것이다. 그나마 경기도 시골 한 구석이라 철거는 겨우 면한 것으로 보인다.
이승복이 살아있다면 환갑 나이쯤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승복은 언제까지나 소년의 모습이다. 그 모습이 오늘의 시대적 흐름에 투영되면서 좀 슬프게 보인다. 이제부터라도 대곡초등학교를 지나면서는 반드시 들러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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