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 전설


6월, 이미 여름은 내 발 뒤꿈치까지 바짝 따라왔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나는 알람브라 궁전이 올려다 보이는 누에보 광장을 걷고 있었다.
그 때 광장 한쪽 구석 그늘에 희한한 차림을 한 사람이 눈에 띠었다.
호기심에 다가가서 그를 보니 황금색 투구에 긴 칼을 차고 가죽 갑옷을 입은 이슬람 병사였다.

“오, 안녕하세요?”
“너는 누구냐? 희한하게 생겼구나.”
“저는 여행자입니다만, 지금 전쟁 시기도 아닌데 왜 혼자 중무장을 하시고 광장에 있으세요?”

“나는 그라나다의 마지막 이슬람 왕인 보압딜의 보물을 지키는 군인이라네. 300년 전 이슬람 왕국이 망할 때 이슬람 마법사가 나에게 마법을 걸었어. 기독교 병사들이 보물을 못 가져가게 하고 그 보물을 영원히 지키려고 말이야. 나는 보물이 있는 곳에서 절대 밖으로 나갈 수 없다네. 다만 마법사는 내게 100년에 단 하루만 보물이 숨겨진 장소에서 빠져나와 바람을 쐴 수 있게 했어. 오늘이 바로 그날이야.”

“오, 그래요? 정말 믿기가 힘들군요.”
“나의 말을 믿으시오.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당신은 알람브라 궁전의 엄청난 보물을 얻을 수 있소.
난 당신의 도움으로 마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되고~.
어떻소? 해보지 않겠소?
당신이 나를 도와서 마법을 풀게 해 준다면 내가 지키고 있는 보물의 반을 주겠네."

“예. 할께요. 어떻게 하면 당신을 마법에서 풀고 보물을 취할 수 있습니까?”
 
“지금 알람브라궁전으로 올라가시오. 그곳에는 오늘 밤에만 보이는 탑이 하나 있을 거요.
먼저 탑의 동쪽 부분 아래에서 위로 20번째 줄에 글자가 새겨진 벽돌을 찾아 꺼내시오.
그러면 탑의 문이 열릴 거요. 탑 안에는 보물이 가득 들어 있을 것이오.
문이 열리면 당신은 내가 준 주문을 외우시오. 그리고 주문을 외운 후 찬송가를 힘껏 부르도록 하시오.
내가 시키는 대로 10분만 주문을 외고 노래를 부르면 모든 것은 끝날 거요.
다만 내가 마법에서 완전히 풀려나기 전에는 절대로 보물에 손을 대거나 무엇을 먹어서는 안되오.
이 말을 명심하시오. 자 빨리 가시오. 하루해가 얼마 남지 않았소.“

나는 알람브라 궁전을 한번 쳐다보고는 궁으로 가는 오솔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알람브라궁전에 도착하니 정말 어제는 보이지 않던 탑이 궁전 바깥 쪽에 하나 서 있었다.
군인의 말대로 탑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을 밀어보려고 애썼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는 방향을 곰곰이 생각한 뒤 탑의 동쪽 부분으로 갔다. 그곳에서 20번째 줄을 살펴보니 정말 글자가 새겨진 벽돌이 하나 있었다. 벽돌을 끄집어내자 그렇게 굳게 닫혀 있던 탑의 문이 저절로 열렸다.

"우~와!" 

그곳에는 정말 화려하고 값져 보이는 보물이 엄청나게 쌓여 있었다. 한 두 개만 꺼내 가져가도 부자가 될 정도로 엄청난 보물이었다.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가만 내 정신 좀 봐. 어서 주문을 외…외워야지. 그…그리고, 찬송가를~"

어두컴컴한 탑 안은 가득 찬 보물로 환해졌다.
주문을 외우고 혹 잘 못 외웠는지 몰라 한번을 더 외우고, 아는 찬송가 한 곡을 목이 터져라 불렀다.

얼마나 찬송가를 열심히 불렀는지 그리고 궁전까지 달려 오느라 온 몸은 땀에 흠뻑 젖었다.
나는 얼굴에 쏟아지는 땀을 한 손으로 훔치며 배낭에서 물통을 꺼내 물 한 모금을 마셨다.

‘10분은 충분히 된 것 같은데~’
 
그때 갑자기 탑 안에서 엄청난 광풍이 일어났다. 광풍은 나의 몸을 휘감아 올리더니 탑 밖으로 내동댕이쳐 버렸다. 그리고 탑의 문은 "쿵"하고 닫혀 버렸다. 이윽고 탑에서 이상한 연기가 흘러 나오더니 탑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땅바닥에 넘어져 허무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 눈 앞으로,
"안 돼~"
하며 비명을 지르면서 사라지는 탑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군인의 망연자실한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이 멍청한 놈. 10분을 못 참고 물을 마시다니, 너 놈 때문에 난 또 100년을 기다려야 해.”

화가 머리 끝까지 난 그가 던진 창이 내 눈앞으로 날아올 때 난 깜짝놀라 꿈에서 깨어났다.



2. 알람브라 (ALHAMBRA)

로마와 이후 게르만 민족의 침공으로 서고트왕국의 지배를 받는 등 기독교 왕국이었던
이베리아반도(지금의 스페인)에 711년 북아프리카를 장악한 아랍세력이 지브롤타 해협을 건너 이베리아 반도의 정복이 시작되고 1492년에 그라나다에서 나사리왕국이 축출되어 폐망할때까지 아랍왕국이 지속된다.
알람브라 궁은 아랍왕국의 정궁이었으며 아랍왕국을 멸망시킨 기독교도들도 궁이 너무 아름다워 파괴 대신 보존했다한다.



사진

1~2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아라야네스정원. 연못에 달이라도 떨어지면 스페인의 작곡자이자
기타 연주가인 프란세스코 타레가의 알람브라궁전의 추억이 천상에서 흐를 것 같다.

3~4 궁전 벽의 이슬람 문양

5 알람브라 입구를 지나 있는 교회건물, 기독교군대가 알람브라를 점령한 뒤 만들어졌다.

6 알람브라에서 내려다본 알바이신 전경. 그라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다.

8 이슬람왕이 후궁등을 만나기 위해 별궁으로 사용한 헤네랄리페 정원. 얽힌 많은 설화가 있다.

10~11 알람브라로 가는 정원

12~14 아름다운 사자의 궁전, 왕조 2인자 세도가의 학살이 있기도 했다.

15 왕궁 건물 주춧돌에 새겨진 이슬람 병사의 전쟁모습

16 알람브라 궁전을 방어하기 위해 건설된 알카사바성 내부 모습. 옛날에는 성안에 사람도 살고 우물도 있었다한다.

17~19 다양한 전설이 내려오는 알람브라의 알카사바성 탑에 스페인 국기등이 펄럭이고 있다.

20 카를로스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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