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초등학교 시절은 6,25 한국전쟁을 치루던 시기였다.
가난했지만 어린 우리들은 행복했다.

학교 교사는 육군병원에 내주고 우리는 저마다의 목에다 넓은 판대기를
걸고서는 그것을 책상삼아 비오는 날은 안압지의 임해정이나 관공서
강당에서 공부를 했고 날씨가 좋은날은 반월성으로 계림으로 숲속에서
벌레들과 싸우며 공부를 했었다.

어렸으니까 전쟁이 뭔지도 잘 몰랐고 그때 부터 생기기 시작한 중국집에서
짜장면도 먹어보고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찐빵도 호떡이라고 불리면서
중국집에서 사 먹어 보기도 했었다.
길에는 군인들이 많았고 간혹 미군차가 지나가면서 던져주는 초컬릿이나
껌에 환호를 지르기도 했었다.

그래도 남쪽인 경주에서는 비록 교실이 없어도 공부는 열심히 했다.
피난학생들이 많아 보통 한 반에 100명이 넘었지만 그래도 탈없이 공부를 했다.
서울서 피난 온 아이들을 "서울내기 다마네기" 하고 놀리면서도 그 아이들의
서울말을 흉내 내 보기도 하고 그 아이들이 입는 옷을 부러워 하기도 했었다.

내게는 이 사진들 보다 더 어렸을적 사진은 없다.
왜냐하면 안 찍어 주었으니까 없다. ㅎㅎ
첫번째 사진은 안압지, 지금은 저 임해전 건물은 고증결과 임해전이 아니라고
황성숲으로 이전했고 고증에 맞춘 새로운 임해전이 탄생했다.
두번째 사진은 경주 남천내에서 소풍때 찍은 사진이고 세번째 사진은
경주에도 눈이 많이 내려서 선생님이 눈 한뭉탱이씩 들고 오라고 해서 사진을
찍었었다.
마지막 사진은 휴전직후 경주여중 입학했을때 언니가 사진관으로 데리고 가서
나를 조화지만 꽃속에다 집어넣고 찍어 준, 내 인생 최초의 독사진이다. ㅎㅎ

사진들을 자세히 보면 한복입은 아이들이 많다.
그리고 가방보다는 책보(책을 싸는 보자기) 를 든 아이들이 많고.
세상에 눈 오는게 뭐라고 저렇게 한뭉텡이씩 들고 사진을 찍다니.....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사진들이지만 내게는 또 소중한 사진들이기도 하고.

저 어린 나를 세월은 상 할매의 반열에다 올려 놓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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