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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낚시와 피크닉을 겸해 금오도 나들이에 나서기로 했다.

추석 연휴내내 심술 궃게 비바람 몰아치던 날씨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바람한점 없고 화창하기 그지없는 청명한 가을아침으로 열려있었다.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아침 6시20분에 출항하는 금오고속페리에
나눠 탄 차량을 싣고 승선했다.

배를 처음 타본 것도 아니고, 그토록 눈에 익은 풍경임에도
선상에서 바라보는 감흥은 늘 가슴벌렁이는 설레임이다.

붉은 여명으로 밝아오는 동녘하늘을 배경으로 공중에 매달린 해상케이블카며
장군도를 지나 우뚝 솟은 돌산대교가 하얀 포말 뒤로 멀어져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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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항을 빠져나오자,
드넓은 바다 위로 동녘하늘의 붉은 색감이 황홀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게다가, 저만치 먼산에 걸린 아침안개는 몽환의 운치를 더했고...

목을 타고 꼴깍거리는 벌렁거림.
바닷길 선상에서 이런 장관을 보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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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경에 취한 시선에 다가서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길다란 다리.

돌산에서 건너편 섬 화태도를 잇는 화태대교다.
이제는 여수에서 돌산을 거쳐 차로 들어갈 수 있는
섬아닌 섬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당초 화태도에서 금오도까지를 잇는 교량건설이 계획되었지만
금오도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고 한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다리가 놓여진다는 것은 분명 장점과 단점이 양립하기 마련.

금오도 주민들은 육지와 연결된다는 엄청난 편익보다는,
그 다리를 통해 물밀듯이 밀려드는 외지인들의 무분별한 발길로 인해
쉬 훼손될 것이 뻔한 고즈넉한 생활터전의 보전을 더 중히 여겼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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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태대교를 빠져나오면
드넓게 펼쳐진 바다 위로 길게 들어누운 섬, 횡간도가 다가서고
그 섬 뒤로는 늘 눈감으면 떠오르는
망망대해에 두둥실 떠다니는 그 징허디 징헌 작은 섬들이 배시시 미소로 반긴다.

취학하기도전 코흘리개적부터 금오도를 들락거리며
우왁스럽게 넘실거리는 집채만한 파도 속에서,
호수처럼 잔잔한 물결 속에서, 셀수조차 없을 만큼 바라보았건만
아무리 눈에 담아도 결코 질리는 법이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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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조름한 기억의 소금창고를 시리디 시린 동공으로 더듬거리는데
어느덧 금오도 첫 기착항 여천포구가 코앞이다.

여수항에서 출발한지 55분.

누군가에겐 무지 긴시간일 수도 있었을 그 아침의 바닷길.
그러나...
내겐 결코 깨고 싶지않은 징허게도 아름다운 황홀한 꿈결이었다.



< 전남 여수시 금오도로 가는 카페리 선상에서 담았다 >

#금오도가는길, #금오고속페리, #선상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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