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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11시가 넘은 늦은 귀갓길.

핸들잡고 신호등에서 대기하는데 뜬금없이,
별빛 내려앉는 그 프레임이 불현듯 떠올랐다.

한 두시간만 눈을 붙이고 나갈 요량으로 자리에 누웠으나,
눈은 더욱 말똥거려왔고...

차라리 다녀와서 푹 자는 것으로 마음을 고쳐먹고
그렇게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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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롱한 별빛을 담으려면 달이 없는 캄캄한 밤이 제격이거늘,
자유로를 달리다보니,
어느새 너무나 환하게 떠오른 달이 함께 따라오고 있었고...
반달인데도 저토록 환하다니...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하필이면 영하 9도까지 내려간다고 하는 날에...

하얗게 내려앉는 서릿발을 밟고 너른 잔디구릉에 섰다.
환한 달빛임에도 영롱하게 매달린 무수한 별...

드넓은 잔디구릉으로 조성된 평화누리 중앙에
대나무와 철근을 이용해 세워진 거대한 조형물인 '통일바리기'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형상화한 멋진 작품이지만
왠지모르게 내겐 늘,
지상의 누추함을 떨쳐내고 태곳적 순수영혼으로의 귀환을 위해
하나 둘씩 깨어나는 인간 군상의 형상으로 읽혀져왔다.

그 새벽에 담고 싶었던 프레임은
우리 모두가 떠나왔던 그 순수공간으로의 귀환, 바로 그것이었다.

어둠을 더듬거려 구도를 잡고 간신히 셋팅을 마친 후,
사진 담아내는 작업은 오롯히 카메라에게 일임하고, 이어폰을 낀 채,
달빛 교교하게 내려앉는 드넓은 구릉을 시나브로 배회했다.

시리디 시린 냉기, 그리고 딱 그만큼의 쩡쩡한 청아함.
찌들대로 찌든 가슴은 부르르 떨리는 전율로 단박에 비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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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시간이 훌쩍 지났고
카메라로 다가가 작동상태를 점검해보니... 헉!...
렌즈에 성에가 더덕더덕...

뭐든 미루고 미뤄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움직이는 몹쓸 습성.
출발하기전 미리 핫팩을 사둘 걸,
가는 도중에 편의점은 있겠지 했건만...

최소 2시간은 담아내야 하거늘...
씁쓸한 아쉬움을 접고, 스틸프레임을 몇장 주섬주섬 챙겨담아
그렇게 발길을 돌렸다.

어느새, 붉게 물들며 동녘하늘이 열리고 있었다.



<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담았다 >



#평화누리, #평화누리별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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