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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들의 묘기

2017년 1월 21일

연이어 이틀간 눈이 내렸다.
마치 동심의 세계에 접어선 듯 이 엄동설한에 산새가 굶지나 않을까 걱정이 됐다.

설악산에 1m 폭설이 내렸던 2007년 정월에, 우리내외는 신흥사에서 눈 속에 갇혀있었다.
배곺은 산새들이 우리에게 달려들어 먹을 것을 달라고 아우성이었는데 우리는 가진 것이 없었다.
눈을 헤치고 절 입구의 매점까지 새 먹이를 구하려고 달려갔으나 매점은 문이 닫혀있었다.

그때 생각이 미치자 집안에 있는 가평 잣을 챙겨 인천대공원 동문 입구의 거마산으로 새벽 눈길을 달려갔다.
좀 더 술직하자면, 순수했던 10년 전의 마음은 아주 작고, 잣을 미끼로 산새들의 날갯짓을 담고싶어서 안달이 났다.
어찌 보면 숲속의 새들과 무언의 강압적 계약이란 생각이 들었다.

새들은 먹이 앞에 겁이 없었다.
배가 고프기도 했겠지만 사람들에게 길들여진 면이 없지 않았다.

계약은 충실히 이행되었다.
먹이를 주는 대신 그들의 아름다운 날갯짓을 상품이 아닌 예술품으로 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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