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자주 다니던 큰길 골목 안으로 항상 보고 지나던 쌀국수집이 있어 출출하던 차에 한번 들러보았습니다.
쌀국수집이 있을만한 곳이 아닌 시장 옆 골목인데 품고 있던 제 호기심보다 더 독특한 국수집이더군요.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테이블 앞에 앉았는데 주방 아주머니와 식당 종업원이 저에게 관심도 안 주고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어서 1번째 당황.
장사를 안 하는 시간인가 소심해 하며 가게를 둘러보니 열고 들어온 출입문 쪽에 식권자판기가 있어서 2번째 당황.
아하... 식권자판기에서 주문을 하는 건가보다 하고 쌀국수를 주문하려는데 작은 것이 3900원, 큰 것은 4900원의 착한 가격에 3번째 당황.
분식집 정도 식당의 식권자판기가 디지털 터치방식인데다가 셀프 카드결제까지 가능해서 4번째 당황.
그렇게 초장부터 초심자 티를 다 드러내면서 간신히 주문을 하니 이내 쌀국수가 나옵니다.
분식집각이라 양이 많지 않을 것 같아 큰 것으로 주문했는데 분량은 충분하더군요.
쌀국수로서 기본기는 다 갖추고 있어서 가격 대비 만족스럽긴 했지만 번화가에 있는 괜찮은 쌀국수집들과 다른 점과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숙주나 양파절임 등이 사이드로 제공되지 않고 다 말아져 나오기 때문에 추가는 못하겠더군요.
칠리소스는 다른 쌀국수집보다 좀 매우니 잘 조절해서 곁들여야 하구요.
마지막으로 가장 아쉬운 점인데 쌀국수의 생명은 국물일텐데 속을 잘 풀어주는 시원하고 구수한 원재료 그대로의 국물이 아니고 조미료 국물맛 같더군요.
착한 가격의 눈물일 수도. 그래도 쌀국수 면발은 좋았습니다.
쌀국수 외에 너댓가지 메뉴만 단촐하게 갖춘 가게인데 특이하게 베트남식 새우만두란 것이 있습니다.
다음에는 만두도 한번 먹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며 나와 가게 앞에 세워둔 광고판을 봤는데 이 쌀국수집에 대해 모르고도 아는 것을 발견해 5번째 당황.

"노량진의 전설 미스 사이공"

노량진 대로변 컵밥집들 가운데 베트남 현지인이 하는 포차의 쌀국수가 3천원이란 가격으로 저렴하면서 인기라는 소문을 듣고 한번 찾아가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 쌀국수 포차가 노량진을 떠나 이곳에 정착을 한 것으로 보이네요.
동작구청이 컵밥노점들 정리한다는 뉴스를 언젠가 본 기억이 있으니.
그러고보니 주방 아주머니와 종업원이 베트남 사람이었던 것 같고 손님에게 무반응했던 건 아직 우리말에 서툴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네요.

별 거는 아니지만 잃어버린 구슬 딱지를 찾은 듯 약간 반갑기도 했어요.
이번 주처럼 추운 날엔 쌀국수가 생각날만도 하지요.

위치는 홍제역 사거리 홍제동성당 골목에 성당 못 미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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