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빨리 그 숲에 만추가 오길 바라는 마음에
새벽부터 옛 동네를 찾았다.

손윗 동서가 남편 가고난후 4년만에
건강검진 하니, 날벼락 같은 폐암이란 진단에
항암치료 시작한후 6개월만에 세상 뜬후
건강진단을 안했으면 더 살았을거라 생각하며

허망한 마음에 찾았던 이 공원에서
기가 막힌 정경의 가을숲을 발견했었다.
그후 가을만 되면 이곳을 그리워 하던
토론토에서의 나날들.

아직은 다 물들지는 않았으나
뜻밖의 아름다운 노부부를 보고
사진을 찍었더니
갈라지는 길에서 할아버지는 저쪽
할머니를 이쪽으로 향하는데
그들의 대화가 일본어 였다.

일본인 이냐고 할머니와 말이 텄다.
아니라고, 나이가 많아 일본말을 쓰던 세대였단다.
그럼 85세 냐니깐 세상에 92세라고.

깜짝 놀랐다.
그 연세에 아침에 공원을 나오시다니
그리고 젊을뿐 아니라 아직도 아름다움이 남아있는 용모였다
허리 수술을 얼마전 하셔서 지금 좀 굽었다고 하신다.

그 할머니 말씀이 저 할아버지는 93세라고.
공원서 가끔 만나는데 자꾸 말을걸어줘서
늙은이한테 말하자는 사람도 없고해서 상대를 해 준다고.

조리있게 말씀도 잘하시고 자신의 몸 관리도 잘하시니
자식들도 그런 할머니를 요양원에 못 보낼거다고 생각든다.

늙더라도 항상 자신을 철저히 관리하고
정신이 늙지 않으면 육신도 성할수 있구나를 느끼는 순간.

공원 앞동네 15단지 빌라에서 살다가
아들이 퇴직을 해서 근처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고

그 빌라는 대형평수만 있는 곳으로 얼마전
우리 친구도 75평 겨울 난방비 부담스러워 떠난 곳이다.

할머니 말씀은 무척 추웠다고 한다.
겨울 난방비가 100만원은 되었고
아파트 가니 아늑해서 너무 좋으시다고.

이 동네가 너무 좋다고 하시며
비엔나에서도 3년을 사셨는데 우리 나라가
제일 살기 좋다고 하신다.

나는 그 할머니를 보니 괜히 기분이 좋은게
나도 저 나이에 저렇게 젊을수도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에
괜히 희망이 생겨서 얼마나 그 할머니가 대단해 보이던지.

할머니 만나러 자주 저도 새벽에 여기 와야겠어요 하고 약속했다.

오래 사는거 축복 아니라고 빨리 가야할텐데
아직도 살아있어 부끄럽다 신다.
아들 며느리 한테 신경쓰게해서 미안하다고 하시며

늙으면 남, 녀 구분도 없어지고
인간으로서 인간 속에서만 사는것도 축복 아닐까.
누가 말만 걸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맙고.

마지막 가는 길의 붉은 단풍처럼 아름다운 노년 이었다.

" 할머니 부디 행복하게 사시다가
댁에서 눈을 감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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