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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꿈을 그리는 화가, 호안 미로전>에 다녀왔습니다.

스페인 출신의 독창적 화풍의 화가, 혹은 빨강 노랑 파랑 등 원색을 많이 사용해서 칸딘스키가 연상되는 화가. 이정도 느낌으로 저에게 다가왔던 호안 미로. 이번 전시를 보고 나니 이런 몇개의 조각들로만 그의 이미지를 그렸던게 부끄러워질만큼 멋있는 예술가였습니다.

"내 작품은 보는이의 신체와 영혼을 자극한다. 하지만 나는 그에 대해 무책임하다"라는 자뻑(?)스럽고 막가파(?)적이기까지 한 예술관을 가졌던 호안 미로. 하지만 빗자루나 포장지 등 눈에 띄는 모든것을 작품의 재료로 활용했던 충격적인 작업 방식, 90세까지 작업을 이어가던 열정, 끊임없이 새로운 화풍에 도전하며 자기 자신을 뛰어넘으려고 했던 너무너무 멋있는 화가였습니다.

호안 미로의 친손자가 개인소장하고 있다가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빌려준 작품 몇 점도 눈에 띄더라고요. 판매나 기증을 하지 않고 개인소장을 하고 있다고 하니 왠지 그 그림들이 더 가치 있어보이고 예뻐보이는건 제 기분탓일까요?ㅎㅎ 그 손주분께서는 연일 터지는 북핵 기사에 노심초사하며 그림들을 빨리 돌려받기만을 바라고 계신다는 재밌지만, 조금은 씁쓸한 에피소드를 들었습니다.

제가 <그림 그리는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어서 그런지 음악과 미술이 정말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걸 깨닫는 순간이 종종 있습니다. 호안 미로는 작업을 할 때 바하, 모차르트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전시장에 모차르트의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는데 조금은 식상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주최측에서 조금만 신경을 더 써서 호안 미로의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색채에 더 어울리는 음악을 골라 틀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또 특이했던 점이, 그의 작품 중에는 <무제>라고 이름 붙인 작품들이 많은데 왜 그런가하니 관객들이 스스로 상상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져있다고 합니다.
가을은 하늘도 높고 말도 살이 찌는 계절이라고 하죠. 제가 말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가을만 되면 살이 찌더라고요ㅎㅎ 이 날은 호안 미로라는 멋진 예술가 덕분에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살찌웠던 하루였습니다.

파란 배경의 사진은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 <무용수> 앞에서.
낮은음자리표와 음표 등 음악적 모티브도 보이고, 파스텔톤의 하늘색 배경색이 요즘의 하늘빛과 닮아 있어 눈에 들고 마음에 들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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