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남부 독일의 알프스라는 퓌센으로 가는 여정에 Rothenberg를 들러 가기로 했다. 외삼촌께서는 여행지로 출발하기 전에는 꼭 지도로 행선지를 확인 시켜주셨다. 서부 독일에서 중부 독일을 가로 질러 남부 독일까지 가는 긴 여정이다. 로만틱가도 같은 곳은 우리끼리 가도 된다 했으나 막무가내...

어디를 가든지 삼촌께서는 마치 가이드처럼 역사적, 지리적 배경을 설명해 주셨다. 으,,, 내년이면 팔순 노인이신데 어찌 저리 똑똑하실까? 하지만 둔한 조카는 여행이 끝날 즈음엔 머리속이 뒤죽박죽 핸드폰에 찍힌 지명과 날짜를 확인해 가며 지금 열심히 기억을 되살려 글을 쓰고 있다.

차에 내려서 로텐부르크 성문을 들어가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순간 이동을 한 느낌이 들었다.

970년에 가톨릭 교구가 설립되면서 시작된 마을은 오늘날까지 수차례의 전쟁과 재난을 겪으면서도 아름답게 재건되어 우리를 반겼다. 1945년 3월 연합국의 폭격으로 파괴된 도시를 동년 4월, 이 아름다운 도시가 파괴되는 것을 안타까워 한 미군이 협상을 통해 인수해서 1948년 전 세계적으로 로텐부르크 재건 성금을 받아 성벽을 재건했다 한다. 성벽에는 기부자의 이름과 기부금으로 몇 미터의 성벽을 재건했는지를 새기는 벽돌들이 끼워져 있었다.

시청사가 있는 광장으로 들어서자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청사 앞에서 연주회가 열리고 있었다.
오케스트라는 아니고, 브라스밴드라 하기엔 규모가 크고.. 에라 모르겠다. 신나는 라데츠키 행진곡을 들으며 이 골목 저 골목을 돌다가 일자 눈썹을 두껍게 그린 사람을 만나면 영락없는 한국 사람이다. 한결같이 눈썹들이 이상해서 아마도 독일인들은 한국인이 눈썹이 무지하게 두꺼운 민족인줄 알거다. 웃음이 나왔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돌아다니는 내가 한심했지만 곧 알게 되었는데 골목의 상가들은 내내 크리스마스 용품을 파는 곳, 뻐꾸기시계를 파는 곳, 테디 곰 인형을 파는 곳등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상점마다 가득 차있었다. 여심 저격! 사고싶은 욕망에 심장이 오글거리는 곳이다. 꽃 치장을 한 전통 가옥들도 예쁘지만 가게마다 간판이 예술이었다. 잘츠부르크에서 간판이 예뻐서 감탄을 했었는데 로텐부르크가 더 예뻤다.

퓌센까지 가야 했기에 시간이 없어 교회와 성당 중에 한곳을 택해서 들어가 봐야 했는데 교회는 멀었고 성당은 바로 옆에 있었다. 게다가 난 명색이 가톨릭 신자가 아닌가!

문이 아름다운 성 야곱 성당에 들어가면서 가슴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그야말로 심쿵! 경건하고 아름답고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그런 분위기였다. 제대 뒤까지 이콘에 그려진 예수의 일생과 고난...
너무도 가슴에 와 닿아서 혼자 기도를 중얼거리면서 사진을 찍었다. 유료입장이어서 관광객이 별로 없는 조용한 성전. 이번 여행 중에 난 웅장하고 대단한 성당 보다는 작고 아름다운 성당에서 따스함과 감사함을 느꼈다.

성야곱 성당과 예쁜 간판과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따로 모아서 올려보려 한다.
허리가 아파서 늘 쩔쩔매면서 다니는 '나'이지만 이런 여행은 감동과 활기를 준다.
어느 도자기 인형 가게 쇼윈도에 'STRESS FREE ZONE'이라고 써 있었다.

그래. 로텐부르크, 너처럼 감동을 준다면 스트레스 따위는 발붙일 곳이 없을 거다.
단 한 개의 기념품도 사지 못하고 카메라 셔터만 눌러 대다 온 곳...
사진을 보면서 엔돌핀이 팍팍 솟아난다면 그로 족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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