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게 어울리는 직업을 90년생 친구들에게 댓글로 받았어요. 73가지 직업이 나왔고. 작가가 24표로 1위 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걸 자유롭고 또렷하게 전하는 이미지라 그런듯 해요. 얼마전 인도여행을 가서 글을 쓰고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으로 독립출판도 했죠 200만원으로 300부를 만들었어요. 책을 쓴다고 다시 정리하거나 덧붙이지 않고 SNS에 썼던 단편적인 느낌이나 생각을 그대로 옮겼죠.

페이스북 '구공백말띠'를 운영하고 있는 김건우 입니다. 5만여 명의 90년생을 비롯한 또래 청년들이 활동하고 있죠. 홍보를 통해 불특정 다수가 모인게 아니라 90년생들의 추억과 같은 세대의 고민, 공감만으로 5만이 넘는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모였어요. 여기 우리들은 다 서로 친구라는 느낌입니다. 고민을 보내면 포스팅을 해주고 서로 위로의 댓글을 달아요. 도움을 주거나 기프티콘을 보내기도 하고요. 그냥 인기 많은 페이지와는 다른 하나의 공동체입니다.

"구공백말띠" 하면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사람도 많죠. 그런데 90년생들은 딱 들으면 알거든요. '내 얘기구나' 우리가 태어날 당시에는 60년에 한 번 오는 백말띠라고 해서 특별하고 귀하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2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 보니, 어른들의 말씀과 달리 어려운 세대가 된 거예요. 입시, 졸업, 취업, 결혼 이런 짜여진 사회적 알람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들이 힘들어 보였어요. 2013년 7월 전역하고 '구공백말띠'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죠. 마침 2014년이 말띠의 해였고 '서로의 추억을 나누고 위로하며 신년파티를 한 번 열어보자' 하는 생각이었어요. 따로 광고나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 금방 1만 명이 들어왔죠.

신년파티를 하겠다고는 했는데, 돈이 없으니 그냥 재능기부식으로 추진했어요. 지인을 통해 같은 세대인 진보라씨가 공연을 해 주기로 했고, 레미제라블 영화가 유행할 당시 공군의 레 밀리터리블 패러디 영상에서 장발장으로 나왔던 90년생 이현재 친구도 합류해 줬죠. 삼성라이온즈 유격수 김상수 선수도 와 주기로 했어요. 상수와도 90년생으로 이어진 특별한 인연이죠. 갓 대학에 입학한 스무살, 진로에 고민이 많았는데 어느날 스포츠 신문 일면에서 "슈퍼루키 김상수"를 봤어요. '이 친구는 나와 같은 나이로 이렇게 멋지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데, 나는 뭘까?'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냥 경기장에 찾아가서 무작정 말을 걸었어요. "나 90년생이야 반갑다" 그런데 그걸 받아주더라고요. 지금까지 부모님들도 함께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파티 준비할 때도 혼자 할 수 없어서 10명의 지원자를 받겠다고 글을 올렸어요. 거제도, 부산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에서 지원을 해줬죠. 결국 200명 이상이 모여 파티를 열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구공백말띠가 이제 5만이 넘었고, 다양한 사회활동도 추진하고 있어요. 우리가 27세가 되어 이제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자리잡기 시작했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서 적극적인 참여를 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지금은 레드플러스라는 헌혈릴레이활동을 시작했고, '스물일곱 하얀말의 회초리'라는 이름으로 각 당의 청년대표 의원에게 가감없는 질의 제안서를 보낸 뒤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으로 답변을 듣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최근 새누리당 청년비례대표 신보라 의원님과 방송을 했죠. 앞으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청년 대표 의원님과도 함께 할 계획이에요. 90년생 탈북여성을 섭외해서 남남북녀의 대담 방송도 추진중입니다.

꿈이 뭐냐고요? 정치인, 사회운동가, 광고기획자, 작가, 파티플래너 등 많은 분들이 제게 맞는 직업을 말해 주셨죠. 하지만 대학생때부터 직업으로서의 꿈을 정하지 말자고 결심했어요. '하고 싶은 것을 하자' 하고 '구공백말띠'를 통해 이런저런 활동을 하고 있는데, 따뜻하고 긍정적인 공동체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은 꿈은 있습니다. 모든 사회 문제는 공동체붕괴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SNS가 개인주의를 이끄는 주범이 아니라 긍정적인 가치와 정신들을 확산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동질감, 순수함만으로 서로 도와주는 게 우리 페이지의 특징입니다. 상업적인건 완전히 배제하고 있어요. 이 페이지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 어제를 추억하고 오늘의 서로를 응원하고, 내일을 함께 준비하는 우리들의 공간이기 때문이죠.
10년 20년이 지나도 구공백말띠는 바뀌지 않을거예요. 우리가 어른세대가 되어서도 그 세대의 고민과 이야기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계속되겠죠. 나이 들어서 운동회도 개최해보고 싶네요,

김건우(27, 가톨릭대 국제관계학과, 종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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