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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습지 삘기꽃

장사익의 “찔레꽃” 노래를 듣고 있으면 가슴을 뚫고 바람이 지나간다.
지금쯤 고향의 강, 태화강변에도 어김없이 찔레꽃이 피었을 것이다.
그 강을 따라 펼쳐진 모래 언덕에는 하얀 삘기꽃이 피고 자갈밭에 물떼새들이 알을 낳는다.
새알을 찾는 재미에 삘기꽃 사이를 하루 종일 해매다 보면 날이 저물고, 어머님의 목소리가 강가에 울려 퍼진다.

새벽 3시에 잠이 깼다.
꿈을 꾸었다.
꿈이 아니라 환영(幻影)이었다. 너무나 생생한 기억(記憶)이기에 다시 잠들 수가 없었다.

PC를 켜고 기상도를 검색했더니 하늘이 청명하다.
바로 차를 몰고 소래습지생태공원을 찾았다.
일출시간에 맞추어 전국에서 모여든 사진작가들이 이미 진을 치고 있었다.

붉은 해가 솟았다.
150여대의 카메라가 일제히 소리를 낸다.
솜처럼 부풀어 오른 삘기꽃이 아침 햇빛을 받아 영롱한 빛을 내고, 작가들은 그 순간을 포착하여 작품을 만들어 낸다.

한숨을 돌리고, 모델을 대동한 중년 작가 한분을 만났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오늘 새벽 대전에서 출발해 왔습니다.”

세상에 그냥 얻어지는 것이 어디 있으랴.
나는 노년에 추억을 곱씹어 밤잠을 설쳤는데, 열정으로 무장한 저 많은 젊은 작가들은 지금부터 삘기꽃을 엮어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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