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원폭돔이 보존 상태로 서 있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에 평화기념자료관이 있지만 실상 그 내용물은 평화롭지 않은 것들이었다.
심하게 훼손되어 화석처럼 남아 있는 세발자전거.
원자폭탄의 열폭풍에 다 타버렸고 쇳덩어리 일부는 재가 되어 툭 건드리면 이내 바스러질 것 같다.
쇳덩어리가 저 상태가 될 정도라면 세발자전거를 타던 아이는 화장장 시신같은 상태가 되었을 거다.
그렇게 죽어지지 못해 살아남은 사람들의 전신화상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소름이 돋는다.
불에 익고 태워져 화학적 결합이 된 살점에서 추려낸 의복들도 온전한 상태일 수가 없다.
어떤 인간도 경험해본 적 없는 불지옥을 겪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사진에서는 고통에 두려움이 느껴진다.

강 하구가 바다로 드는 공간에 위치한 히로시마는 하천 주변으로 낮은 건물들이 빼곡한 큰 도시였나보다.
원폭 전후를 대비해 도시 중심구역을 재현한 미니어처에 아찔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일본의 전쟁은 종국을 맞았고 현재는 평화라는 분칠을 한 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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